회원로그인

아기잠재우기
아기잠재우기 QnA
모유수유/이유식/먹거리
아기랑 속삭이기
아기건강/성장발달
질환/증상사진게시판
juliee의 궁시렁궁시렁/일상
EASY 및 R&R
아기장난감/아기놀이 아이디어
"엄마,나 침팬지!"
OO떼기(젖,기저귀,etc.)




OO떼기(젖,기저귀,etc)

기저귀 | 명연이의 기저귀 떼기 (하) - 퇴행, 그리고 회복

페이지 정보

작성자 명연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07-11-27 00:59 조회5,839회 댓글17건

본문

5. 좌절

승승장구를 기록하던 기저귀 떼기가 추석행사와 더불어 완벽한 퇴행의 길로 접어들게 되었다.

상차림 준비로 찾아간 친가에서, "응가"를 말하고 친가의 화장실에서도 성공하였다. 어른들도 대견해 하시고, 엄마인 나도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그런데 어른들이 일하느라 정신 없는 사이, 혼자 방에서 놀다가 소변을 실례하게 되었다. 나는 음식준비 때문에 명연이를 봐줄 수 없는 상태였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다시 기저귀를 채우게 되었다. 그 과정 중에 아마 급한 마음에 명연이를 잘 다독여 주지도 못했던 것 같다.
그리고 성묘를 다녀오던 차안에서 팬티 차림으로 쉬를 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그래서 다시 기저귀를 채웠는데, 이때부터 기저귀를 찬 상태와 팬티를 입은 상태를 헷갈려 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엉엉 울며 기저귀를 벗겨달라고 애원하고, 벗겨주니 그 자리에서 바로 쉬를 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게 되었다.

아무도 야단을 치지 않았는데도, 어른들이 실망하는 것만으로, 엄마가 실망하는 기색을 보인 것만으로도, 그리고 또 단순히 그 상황만으로도 명연이는 상당히 충격을 받은 모양이었다.

그리고 이날 이후, 엉망이 된 컨디션을 회복하느라 가족 모두 기저귀 떼기에 집중할 수 없게 되었다. 다시 느릿하게 타이밍이 좋으면 변기에서 일을 보기도 하고, 아니면 그냥 바닥에 싸는 생활이 시작되었다. 나는 다시 시작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6. 퇴행

그런데 다시 시작은 시작보다 쉽지 않았다.
명연이가 변기를 거부하게 된 것이다. 처음 시작할 때는 "엄마랑 같이 화장실에 가서 쉬하자"고 말만 해도 쪼르르 따라와서 변기에 앉아서 놀았다. 그러다 보니 쉬를 할 때도 있고 안 하고 내려올 때도 있었지만, 변기에 앉기는 즐거운 놀이였다. 그런데 이제는 화장실로 데리고 가기 위해, 머리를 짜내고 궁리를 해야 되게 된 것이다.

그리고 더 큰 문제가 닥쳤다. 변기에도 앉지 않으면서, 기저귀도 입으려 하지 않으면서, 그냥 바닥에 일을 보고도 꺼리낌이 없는 것이었다. 예전에는 조금만 쉬를 해도 축축하다며 닦아달라고 난리를 쳤다. 그런데 배를 깔고 놀다 쉬를 해놓고도(즉 온몸이 축축히 젖었는데도!), 아무렇지도 않게 노는 것이었다. 이후에도 바닥에 쉬를 하고도 말을 하지 않았다.

추석 때의 충격으로 퇴행을 한 것 같았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서로에게 부담을 주느니, 속 편하게 다시 기저귀 생활로 돌아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7. 다시 시작

추석연휴를 지난 22개월 무렵부터 다시 기저귀 생활로 돌아갔다.

그러나 이 또한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이 무렵부터 다시 옷 입히기 전쟁이 시작되어, 기저귀 입히는데도 전쟁을 치뤄야 했기 때문이다. 기저귀 입히느라 씨름하느니 바닥의 오물을 닦는 것이 속 편할 정도였다.

그러다 보니 어정쩡하게 한발만 담근 기저귀 떼기를 계속 진행하게 되었다. 기저귀를 채울 수 있을 때는 기저귀를 채우고, 바닥에 실례를 했을 때는 치우면서 꼬박꼬박(이번에는 지난 번처럼 마음이 여유롭지 않았기 때문에) "쉬 하고 싶어지면, 엄마한테 말하렴.", "엄마한테 꼭 얘기해줘.", "축축하니까 싫다, 그치?" 등등의 말을 덧붙이는 정도로 진행하였다.

이제 변기에 앉히는 것이 관건이었다. 몇 번을 시도해도, 어른 변기에는 오래 앉아 있으려 하지 않았다. 조금 앉아 있다가도 금방 "안 나와"하고는 일어나기 일쑤였다. 그래서 그나마 오래 앉아 있는 유아 변기를 집중 공략하기로 했다. 유아 변기가 있는 곳은 명연이 놀이방이였다. 그래서 적당한 시간대에 데리고 가서 놀아주는 방법을 쓰기로 한 것이다.

처음에는 주로 책 읽기로 놀아줬다. 예전에는 "응가하자, 끙끙"을 읽어줬는데, 이번에는 명연이가 가장 좋아하는 책을 읽어주기로 했다. 바로 브루노 시리즈다. 크기도 작은 편이라, 변기에 앉은 명연이 다리에 올려놓고 읽어주기도 좋았다. 변기로 데리고 갈 때도 "엄마가 브루노 책 읽어줄까?", "우리, 곰돌이 변기에서 브루노 책 읽을까?"고 말해서, 화장실에 가자는 뉘앙스를 주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러다 자석 칠판으로 그림을 그려주는 놀이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런데 기대치도 않았던 놀이가 회복의 열쇠가 되었다. 주로 변기에 앉은 명연이의 발을 칠판에 올려서 발이나 손을 그려주고, 명연이가 요청하는 사물을 그려주었는데, 이 놀이를 무척 좋아했다. 변기에 데리고 가고 싶을 때, "엄마는 명연이 발 그리고 싶은데, 같이 곰돌이 변기에 가서 그림 그릴까?"라고 말하면, 늘 흔쾌히 따라왔다.

8. 회복

변기로 자주 쉽게 데리고 갈 수 있게 되니 큰 문제가 해결되었다. 물론 성공 회수보다는 실패 회수가 훨씬 많지만, 서서히 서서히 성공회수가 늘어났다. 23개월에 들어서면서는 타이밍을 맞춰 데리고 가면, 거의 대부분 변을 보게 되었다. 그러나 먼저 의사를 표현하는 일은 많지 않았고, 바닥에 실례를 해도 꺼리낌이 없는 것은 여전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자동으로 해결이 되는 문제도 있었다.
명연이가 어느 날 갑자기 스스로 "응가"를 외치고, 스스로 변기로 가서, 스스로 일을 보게 된 것이다. 23개월 보름째인 11월 13일. "응가(아직 소변과 대변의 뇨의 차이를 모른다)"를 말하고 스스로 곰돌이 변기 위에 앉아 일을 본 회수가 자그마치 세번이나 되었다. 한번은 팬티를 입고 있는 상태였는데도 무사히 앉아서 일을 볼 수 있었다.

내가 부엌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놀이방에서 놀던 명연이가 "은니(명연이) 팬티 벗꾸"를 계속 외쳤다. "팬티 벗어"는 팬티를 벗고 싶을 때 하는 말이고, "팬티 벗구"는 팬티를 벗구 무언가를 하고 싶을 때 하는 말이다. 이 경우에는 "쉬 할래"가 생략된 말인 것이다. 내가 그 말을 외치는 명연이를 돌아봤을 때는 이미 마시던 쥬스컵은 상 위에 올려놓고 옷은 위로 들어올린 상태로 준비가 끝난 상황이었다. 그래서 바로 팬티를 벗겨주니, 명연이는 옷을 들어올리고 그길로 변기로 가서 앉았다. 나는 멀찍이서 지켜보기만 했다. 잠시 후 청량하게 들려오는 쉬~ 소리. 평소에는 성격상 성공을 하더라도 칭찬은 소박하게 하고 끝났다. 헌데 이때만큼은 너무 기쁜 나머지 "명연이 쉬야 춤"이 저절로 나왔다. 명연이는 이상하다는 눈으로 쳐다봤지만.

이날 이후, 명연이는 노느라 집중하고 있는 경우가 아니면, 스스로 알아서 변기로 가서 볼일을 보게 되었다. 특히 잠자기 전에는 꼭! 변기를 한번 찍고 온다. 잠자기 회피용으로...

물론 노느라 까먹는 일도 아주 많기 때문에, 여전히 매일 같이 걸레를 빤다. 하지만 노느라 옷을 적시는 일은 있지만, 이제는 옷을 적시면 축축하다는 것을 깨달은 것 같다. 앞으로 성큼 한발작 나아간 것만은 분명하다.

앞으로 남은 일은 아마도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다. 그리고 그랬으면 좋겠다. ^^

댓글목록

재홍맘님의 댓글

재홍맘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명연이 잘하고 있네요. ^^
엄마가 바쁠 때 재홍이도 그냥 쉬~해버렸다는것...(첨엔 그러더니 지금은 엄마가 아닌 사람에게도 잘 이야기 하고, 아님 쉬통을 들고 해요)
그리고 잠자기 회피용....재홍군도 그랬어요.
전 재홍군의 잔머리로 생각했지요.

오늘이 두 돌인가봐요...명연아 축하해..행복한 하루 보내렴. 

노을맘님의 댓글

노을맘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명연맘님 글 상, 하 모두 스크랩해 둬야겠어요.. 흐흐..

명연이 생일이군요~
명연아~ 두번째 생일 축하해!
엄마라는 이름으로 두 해를 맞이하신 거 아울러 축하드리구요.
이렇게 잘 자라고 있는 명연이도, 명연이와 이쁘게 속삭임하시는 명연맘님도..
참으로 참으로 이쁘고 존경스러워요~
 

연호맘님의 댓글

연호맘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지난번 명연이가 엉덩이 내놓고 노는 걸 보고 지금쯤은 가리겠구나 했는데...퇴행기라는 복병이 있었군요~ 다시 변기와 친하게 된 것을 축하해요!!
요새 연호도 제법 가릴 줄 알게 됐어요. 다만 어른변기를 무서워해서..또 한고비가 남았지만..언젠가 잘 할 거라고 믿어요.
물론 명연이도 마찬가지구요~
서두르지 않는것 기다려주는것..엄마로서 참 중요한 것 같아요.그렇죠? 

명연맘님의 댓글

명연맘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모두 / 생일 축하 감사드려요~~ 호호호호호.

또래맘 / 오늘도 이불 한채(남편이 밤에 기저귀를 안 채우고 재웠다는...!!)와 아랫도리 한 세트가 빨래통에서 얌전히 대기중이랍니다. ㅋㅋㅋ
그래도 기저귀값은 꽤 굳은 듯. 호호호홋. 

선빈맘님의 댓글

선빈맘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도 조금 늦었지만 명연이 생일 축하해요..^^
그리고 정말 상세한 글.. 나중에 선빈이 기저귀 뗄떼 읽어보면서
명연맘님처럼 잘 기다려주는 엄마가 되도록 노력해야겠어요^^ 

예리맘님의 댓글

예리맘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예리는 쉬할래? 하면 응..예이쉬하꼬야~하면서 변기에 가서 쉬도하고 내친김에 응가도 해결하는데..문제는 친정에 맡겨둔터라..기저귀도 하고있다는거에요
예리스스로가 예리쉬~라고 말하진않아서 적당한 타이밍에 화장실로 데리고가는데..
기저귀를 벗기고 팬티를 입혀야할까요?
친정엄마가 힘들어할까봐 그냥 놔뒀는데 명연이 얘기를 들으니 다시 퇴행할까 걱정도 되고..(기저귀에서도 싸고 엄마가 얘기하면 변기에서도 싸고..이런건 안좋은걸까요?)
명연이 생일 축하해요~~가까이 살았음 좋겠다~~ 

정이맘님의 댓글

정이맘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기저귀떼기.. 정말 쉽지 않는거 같아요.. 저두 명연이가 겪은 것 처럼 좌절과 퇴행속에 있네요... 글을 읽고 나니..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용기도 생기네요... ^^